신라 탈해왕릉과 경주 표암의 주변풍경
오래전 아장아장 걷던 두 공주를 데리고 소풍을 나온 이후
한번도 찾지 못했던 그 곳,
탈해왕릉의 풍경이 궁금해 아침산책을 나가보기로 한다.
솔숲의 그늘이 좋아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은 곳이기에 오래전 소풍을 나왔던 곳이다.
그 추억에 다시 찾았는데, 여전히 그 솔숲은 잘 보존되어 있고
그 곳에는 동네 어르신들의 산책길로 변해가고 있다.
주변 정리도 잘 되어 있고 주차장도 그 전보다 확장되었지만,
탐방을 나온 관광객들의 승용차나 버스는 보이지 않고
화물차들이 모두 점거해버린 상태가 아쉽다.
물론 이른 아침시간이라 그럴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관광객들이 몰려든다면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길 듯 하다.
식수대가 잘 갖추어진 그 곳을 지나...
신라의 제 4대 왕 탈해왕을 묘셔논 그 곳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산책길은 꾸며지지 않은 사람들이 발길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아름다운 솔숲과 그 아래의 쉼터들이 기분 좋은 길이다.
대부분의 왕릉 주변이 그렇듯
이 곳 탈해왕릉의 주변 또한
기개가 넘치는 소나무 군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침산책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차분하고 호젓한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라 탈해왕릉에 대해선 안내문으로 먼저 공부를 하고
그 곳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안내문에서의 동악(東岳)이란 토함산을 일컫는 말인데,
동악은 옛 서라벌을 지키는 전초기지로 삼았던 오악(五岳) 중 하나이다.
신라오악이라 함은 東岳 토함산, 西岳 선도산, 南岳 남산, 北岳 소금강산
그리고 中岳 낭산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 곳이 소금강산 자락이기에 그 위치로 보아
동악(東岳)이 아닌 북악(北岳)이라 표현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이 남기도 하지만...
성북(城北)이라는 표기가 이 무덤의 주인이 탈해왕이란 근거가 되었다는 것이다.
탈해왕릉으로 들어서는 길목 우측으로 한창 공사중인 곳은
석탈해왕의 제사를 모시기 위해 지어진 숭신전(崇信殿)이다.
아마도 보존을 위한 수선공사나 복원공사인 듯 하다.
그 곳은 탈해왕릉을 둘러본 후 찾아보기로 한다.
기개의 상징인 솔숲들의 호위를 받으며
그 가운데에 자리한 탈해왕릉의 모습이다.
왕릉 앞으로 비석이 양쪽으로 두개가 세워졌다.
가운데 탈해왕릉으로 향하는 길이 있지만
강산은 우측으로 들어와 좌측으로 돌아보기로 한 것이다.
중앙에서 보는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서 다시 돌아 나온 것이다.
반대편으로 돌아나와 석탈해왕을 둘러싼 개망초군락,
그 모습을 보고 좌측으로 빠져 나가니
고풍스럽고 고급스런운 고택들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그 곳이 경주이씨의 시조를 묘셔논 곳이다.
물론 탈해왕릉 옆에 자리하고 있기에 그와 연관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왔지만
어찌보면 조금은 생뚱맞기도 하고 한편으론 놀랍기도 하다.
이렇게 문화유적이 많은 곳을 늘 지나치기만 하고
이제야 살펴보다니...
경주이씨의 시조 이알평공이 내려왔다는 그 표암 아래에
그 건축물들을 수년전에 지은 것인데,
이는 이알평공을 모시고 제를 지내는 곳이다.
건물은 수년전 축조된 것이지만
이 경묘비는 오래전부터 이 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아무리 둘러 보아도 대문은 잠겨있다.
문중에서 관리하는 곳이기에 개방이 되지 않는 듯 한데
그 안을 들여다 보니 표암 하단부인 건물 뒤편에 작은 비석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경주이씨의 선조때 세워둔 것인 듯 하다.
알평공의 제를 모시는 제단에는
악강표란 현판이 걸려있고
앞마당은 휑하니 깨끗한 분위기다.
그렇게 그 악강표 내부를 살펴보고,
이번엔 표암의 상단부인 표암봉에 있는
건축물이 궁금하여 올라 보기로 한다.
탈해왕릉 좌측으로 난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을 이어
좌측으로 이어진 계단을 오른다.
그 곳을 오르다 내려다 본 탈해왕릉 주변의 풍경은
시골마을의 숲길 같이 정겨운 모습이다.
아주 낮은 봉이기에 몇걸음 옮기지 않아
표암봉 정상부에 도달하게 된다.
그 건물은 표암 유허비를 묘셔둔 비각이었다.
그 내부에 표암 유허비가 자리하고 있고
사방으로 많은 한자의 글귀들이 붙어 있다.
글씨가 너무 작고 모두가 한자라 그 내용을 알긴 힘들지만...
그 곳에서 빠져 나오며 내려다 본
동천동 일대의 풍경...
그리고 악강표도 내려다 볼수 있다.
여전히 앞마당이 휑한 기분이 들 정도로 넓고 깨끗하다.
이번엔 작은 돌덤이로 만들어진 제단을 지나
정상으로 올라보기로 한다.
또 하나의 비석과 작은 건물...
그 비석은 경주이씨 시조발상지를 알리는 비석이며
그 건물은 광림대의 석혈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진 곳이다.
그럼 그 내부를 들여다 보기로 하자
알평공이 하늘에서 내려와 처음 목욕을 한 곳이라는 석혈인데
어린 아이나 목욕을 할수 있을 정도의 작은 규모다.
물론 우리가 이 시대에 사용하는 욕조 정도의 규모로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 석혈을 마지막으로
그 길을 다시 돌아 주차장으로 향하기로 한다.
발아래도 다시 내려다 보고
동천동 일대의 풍경도 감상하고...
가장자리에 핀 싸리꽃의 향기를 맡으며
그 계단을 다시 내려선다.
탈해왕릉의 뒷모습을 다시 살펴 보기도 하고,
그리고 탈해왕을 감싸고 있는 개망초와도 잠시
놀아 본다.
위에서도 내려다 보고...
개망초는 위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이
가장 이쁘다.
그렇게 다시 기분 좋은 솔숲으로 들어선다.
주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지만
그 솔숲을 즐기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탈해왕에게 '저 이제 갑니다.' 라 고하고...
아름답고 시원한 솔숲을 충분히 만끽하며
그 숲을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산책을 마치신 듯 두 어르신이
소나무 아래의 쉼터에 자리를 잡으셨다.
그리고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도
담소를 나누시는 평안한 모습이다.
그리고 첨에 남겨 둔 그곳...
숭신전앞의 홍살문으로 돌아 왔다.
숭신전은 월성에서 옮겨진 석탈해왕의 제사를 모시기 위한 건물인데,
이 또한 개방되지 않고 있어
출입문인 영녕문(永寧門) 굳게 닫혀 있다.
해서 그 주변만을 살펴볼수 밖에 없다.
소박한 정원이 오히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그 우측으론
'석탈해왕비명'이란 비를 묘셔둔 비각이 차분히 자리잡고 있다.
저 공사가 마무리 되면 이 곳을 개발하겠지...
약간의 기대와 아쉬움을 남기고
오늘 아침 산책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