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상 유적지에서 시작한 국수봉과 치술령 우중산행
바쁜 일상으로 지난주에는 산행을 못했기에 금주에는 꼭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산행계획을 잡아 보지만 비소식이 마음을 흔들어 댄다.
하지만 찌부둥한 몸과 마음은 이미 산행지만을 남겨두고 모든게 결정이 된 상태라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집을 나서서 밤 늦은 시간에 결정한 산행지인
치술령으로 핸들을 돌린다.
치술령은 신라의 충신 박제상과 왜국에서 돌아오지 못한
그를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그의 부인에 대한 설화가 담겨 있는 곳이다.
◈ 언 제 : 2014년 7월 6일(일) 08:40 ~ 14:21
◈ 날 씨 : 비
◈ 테 마 : 역사탐방, 우중산행
◈ 누 구 와 : 마눌님과 단둘이
◈ 어 디 로 : 박제상유적지(08:40)→아스팔트 도보이동→율림회관(09:19)→국수봉(603m/10:21)→은을암(10:43)
→납골묘(11:22)→삼거리(11:43)→갈비봉(12:25)→망부석/경주(12:47)→치술령(767m/중식 13:01~13:23)
→망부석/울산(13:28)→법왕사(13:51)→박제상유적지(14:21)
◈ 얼 마 나 : 약 5시간 41분(중식 및 휴식시간 약 27분 포함) - 순보행 약 5시간 15분
◈ 산행기록 : 19회(2014년)/335회(누적)
박제상유적지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8시 30분 경,
7시 40분과 9시 40분 그리고 2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율리마을방향의 시내버스는
이미 떠나간 후이기에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도보로 이동하기로 한다.
다행히 비는 보슬비 수준...
옻밭마을입구의 버스승강장에 누군가 친절하게
율리마을을 거쳐 언양으로 가는 시내버스운행 시간을 기록해 놓았다.
비조(칠조)마을회관을 지나고
밤골마을을 지나...
약 40분을 걸어 도달하게 되는 율림마을 진입로다.
좌측의 길을 따르면 이내 율림마을회관이 나타나고
그 직전의 우측 길을 따라 산행들머리를 찾아 나선다.
율림마을회관 맞은 편으로 계속 직진을 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산행 들머리로 이내 산길이 열린다.
그 산길에 올라서서 내려다 본 숲안마을(율림마을)의
모습은 비가 온 아침풍경이라 그런지 조용하고 평온한 느낌이다.
한동안 고속도로 수준의 넓고 완만한 길로 이어지기에
우중산행길로는 정말 좋은 듯 하다.
특히 워밍업을 할수 있는 부드러움이 좋다.
잠시후 갈림길과 이정표가 나타나고 이후부터는 이런 이정표만을 확인하며
진행하면 되기에 정상까지의 길 찾기는 무난할 것이다.
국수봉과 치술령으로 이어지는 길의 특징 중 하나,
바로 이와 같은 나무의자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같은 우중산행에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존재다.
그 고속도로 수준의 등로도 끝이 나고 한동안의 된비알의 오름길도 오르게 된다.
그리고 또 이런 편안한 사면길의 등로가 이어진 후 다시 가파른 된비알의 길로 바뀌게 되고
국수봉까지 그길이 이어진다.
하여 조망은 꽝이지만 전망바위 위에서 간식과 함께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안개가 낀 어두움 때문일까 바위채송화의 빛깔이 정말 곱다.
그렇게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다시 오른 국수봉 갈림길,
진행길을 좌측이지만 우측의 국수봉 정상을 만나고 다시 돌아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 거리는 불과 20m 안팎이다.
앞서가던 또 다른부부가 국수봉 정상의 전망데크를 먼저 차지하고 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전망도 없는 산아래를 내려다 본 후
정상석과 함께 증명사진 하나를 남긴다.
그렇게 국수봉에서 돌아나와 진행하다 만나게 되는 나무데크,
우중산행만 아니라면 편안히 쉬어 가고싶은 곳이다.
하지만 패스다.
그리고 이내 은을암 갈림길을 만나고 우리는 치술령 방향인 직진의 길을 버리고
우측 은을암을 따른다.
경사가 급하고 험한 내림길,
비가 내려 더 미끄럽기에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긴 내림길 끝에 만나게 되는 은을암...
비와 안개로 운치가 있는 그곳을 편안한 불경소리와 함께 돌아 보고
조용히 아래의 도로로 내려선다.
그 도로의 좌측길을 따르다 잠시만에 국수봉에서 내려서는
길과 합류하는 서낭재를 만나게 되고 우리는 다시 우측 숲길로 들어선다.
그래서 다시 박무가 낀 고즈넉하고 편안한 숲길이 이어지지만
우리는 각자의 사색에 잠겨 한동안 조용히 그 길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길이 끝날 무렵 나타나는 공터,
납골묘가 있는 곳을 향하면 또 다시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
육산이긴 하지만 가끔은 전망바위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온통 운무로 덮인 오늘은 무용지물...
한동안 편안하게 걷다보니 다시 가파른 된비알을 만나게 된다.
정상이 가까워 온다는 신호다.
힘겨워 하는 마눌님을 또 수차례 기다렸다 오른다.
우리의 인생살이가 그럴까...
그 된비알로 콩죽같은 땀을 흘린 후 다시 편안한 숲길을 만나게 된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지만 정상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젖은 나무의자지만 잠시 앉아서 간식으로 주린 배를 달랜다.
그리고 다시 빗물에 젖은 숲길로 들어선다.
갈비봉 정상의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1.2km가 남았다는데,
왠지 신뢰가 되질 않는다.
수차례 이정표를 지나왔지만 그때마다 거리가 들쭉날쭉이었기 때문이다.ㅎ~
정상이 가까워 올수록 그 나무의자들의 유혹이 심해진다.
허기가 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스~ 그냥 꿋꿋이 진행한다.
헬기장을 지나고 정상을 지척에 둔 위치의 갈림길에서
우측 길을 따라 경주시의 망부석으로 오른다.
가파른 오름길을 힘들게 올랐지만 여기 또한 조망은 꽝이다.
물론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치술령에는 신라의 충신 박제상이 왜국에서 돌아오기를 기도하던
그의 부인이 돌로 변했다는 망부석이 두곳에 있는데,
하나는 경주쪽이요 또 하나는 울산쪽이다.
서로가 진짜 망부석으로 주장하는 바겠지만,
울산 앞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에 경주쪽의 망부석에 한표를 던진다.
그렇게 혼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중 힘겹게 뒤를 따라 오르는 마눌님...
망부석에 앉아 한동안 숨을 고르고
나무계단을 따라 지척의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으로 올라보지만 그곳 역시 박무가 깔린채 작은 정상석 하나와
박제상의 부인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신모사지를 알리는 큰 비석만 그곳을 지키고 있다.
신모사지와 마주한 나무계단길에 곱게 핀 솔나물꽃,
그 계단길은 헬기장으로 향하는 길이요 우리가 진행할 길은 왔던길의 정반대 방향인
울산쪽의 망부석이 있는 곳이다.
신모사지가 있는 정상을 돌아보며 인증사진도 남기고 그 망부석을 향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정상주가 없는 아쉬움을 숨기며...
그렇게 울산시에서 주장하는 망부석도 만나지만
내려다 보이는 건 역시 뿌연 운무에 오리무중이다.
법왕사를 향하는 내림길은 정상방향으로 몇걸음 돌아나와
우측의 나무계단길로 내려서야 한다.
오랜만에 물레나물꽃도 만나고...
계곡을 따르는 길이라 돌길로 불편한 그 등로를 한참만에 만나게 되는 법왕사,
고사찰은 아닌듯 하지만 그 규모와 포스가 남다르다.
그렇게 법왕사의 경내로 들어서서 천천히
사찰 구경까지 마치고 이후부턴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른다.
빗물에 젖은 이쁜 자귀나무꽃도 올려다 보고...
작은 저수지 하나를 지나고 충열사까지 지나니
마을안길로 이어진다.
아름다운 길들과 맑은 공기,
그래서인지 멋진 전원주택들이 많이 들어섰다.
강산의 꿈이기도 한...
그렇게 다시 돌아온 박제상유적지 앞의 주차장에서
시원하게 우중산행을 마무리 한다.
하산주는 귀가길의 천막집에서 막걸리 한사발과 부추전으로 간단히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