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오른 동대봉산 무장봉에는 시원한 바람이 있었다.
작은공주가 종강을 하고
점심시간쯤 도착한다는 소식에 산행계획도 잡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KTX열차시간을 변경하여
저녁시간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찬스다.ㅎㅎ
그래서 산에 다녀와도 되겠다며
마눌님과 짧은 산행이라도 할 요량으로
암곡마을로 달려간다.
◈ 언 제 : 2016년 6월 19일(일)
◈ 날 씨 : 맑은 후 흐림
◈ 테 마 : 기냥
◈ 누 구 와 : 마눌님과 단둘이
◈ 어 디 로 : 암곡주차장(11:04)→국립공원지킴터(11:17)→무장골갈림길(11:23)→벤치쉼터(12:03~12:10)
→무장봉(624m/중식 12:43~13:11)→산중 화장실(13:51)→무장사지갈림길(14:12)→무장골갈림길(14:40)
→국립공원지킴터(14:46)→암곡주차장(15:00)
◈ 얼 마 나 : 약 4시간 56분(휴식시간 약 27분포함) - 순보행 약 3시간 29분
◈ 산행기록 : 23회(2016년)/411회(누적)
그렇게 암곡주차장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는데,
헉~
그런데 모자가 없다.
임시대응으로 손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긴 했지만
햇볕이 정수리를 때리는 시간의 더위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하지만 무덤덤 그길을 따르고
국립공원지킴터를 지난다.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핀 뙤약볕의 길은
점점 녹음이 짙은 숲길로 변하고
다행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무장골갈림길,
우리는 여느때와 같이
직직의 무장골 방향은 뒤로 하고
우측 된비알을 선택해서 진행한다.
그리고 드뎌 본격적인 된비알의 시작을 알리는
나무계단이다.
이후 20~30분 동안은 끊임 없이
코가 땅에 닿을듯한 그 된비알을 올라야 한다.
역시 그길은 만만치 않았다.
마눌님은 5분을 채 걷지 않아 뒤로 쳐지기 시작하고
그러기를 수차례...
드뎌 그 된비알의 마무리 단계가 나타난다.
물론 두어차례 정도
오르내림은 남았지만 말이다.
그 오르내림도 무난히 넘어서고
임도직전의 벤치쉼터에 도달하게 된다.
무조건 쉬었다 가야한다.
뙤약볕으로 나가야 하는 길이고
오름길의 체력소모가 많았기 때문이다.
기왕에 자리를 잡았으니
배낭속의 사과 한알을 꺼내어
사이좋게 반쪽씩 나누어 갈증을 해소하고
에너지 보충도 한 후에 그 임도를 따른다.
조록싸리꽃도 보라빛으로 피어나기 시작하고
뙤약볕이 숲그늘로 변하기도 하는 그길,
역시 된비알의 오름길 보다는
한결 편안한 오름길이다.
한동안 임도를 따르다보면 좌측으로 조망이 열리고
무장봉 정상에서 뻗어내린 억새평원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정상이 지척이란 것이다.
파란하늘에 뭉게구름이 어우러진 그런 기분좋은 풍경이
힘들게 오른 땀에 대한 보상이다.
아직 푸른빛으로 옷을 갈아입지 못한
억새풀들이지만 그 나름의 멋이 있다.
그 풍경을 즐기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무장봉 산행 중 가장 묘미가 있는 구간이다.
어~ 시원해~
시원한 바람에 마눌님은 날개를 퍼득인다.ㅎㅎ
아직은 많이 남았지만
가을의 은빛물결을 준비하기 위해
파란억새로 옷을 갈아입는 단계의 풍경이다.
그런 풍경이 있기에
정상을 향하는 길은 행복하고 편안한 길이다.
그렇게 오른 정상
아무도 없는 듯 했지만,
구석구석 삼삼오오 산객들의 소리가 들린다.
두어팀이 숲속에서 식사나
간식을 즐기고 있는듯 하다.
우리도 잠시 그곳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조망을 즐기고 간단한 점심상을 펼친다.
김밥 두줄에 맥주 두캔과
산딸기 디저트가 전부인 밥상이지만
산중에서의 밥상으론 무엇이든 진수성찬이다.
그렇게 보낸 시간은 20분 여~
이제부턴 무장골 계곡을 따라
하산하기로 한다.
하산길에는 야생화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그런 구간을 따라
오른길의 반대편으로 에둘러 가기로 한다.
뜻하지 않게 정상부에서 산수국도 만나고
노루오줌풀도 만난다.
그리고 흔하디 흔한 기린초지만
이 또한 반가운 여름 야생화다.
거기에다 이 지역에서는 첨인
참좁쌀풀꽃도 만난다.
노란빛의 좁쌀풀꽃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지천으로 핀 노루오줌과 참좁쌀풀꽃들이다.
그렇게 야생화들 구경과 함께 내려서서
다시 주 등로를 만나게 되고,
또다시 숲그늘과 뙤약볕을 번갈아 가며
길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능선길을 돌아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산중 화장실을 지나 무장골 계곡길로 접어든다.
징검다리의 용도가 무색할 정도로
수량은 빈약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는 길이다.
그리고 그길에는 큰뱀무꽃도 지천이고
강산이 좋아하는 산수국도 만날 수 있었다.
기대했던 것 보다 더 많이 퍼지고 있는
산수국들...
하지만 하산길의 막바지에는
늘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 생각을 가질 무렵 무장사지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오름길의 무장골 갈림길도 지난다.
멋지게 포즈를 취해준 다람쥐~
이내 국립공원지킴터를 만나게 된다.
그전에 먼저 바지가랑이의 먼지를
에어건으로 불어보지만 새벽에 내린비 덕분에
바지가랑이가 깨끗해 불어낼 먼지조차 없다.
이후 진행길은 완전히 뙤약볕이다.
잊어버리고 가져오지 못한
챙이 넓은 등산모자가 절실한 대목이다.
에효~
민가에 탐스럽게 열린 보리수 열매에 매료되어
잠시 머무르기도 하지만...
우왕~ 드뎌 주차장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렇게 짧지만 오름길이 힘들고
정상에서의 시원한 바람을 즐긴 산행을 마무리 한다.
하산주는 집에서 간단히 하기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