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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아화고개-땅고개(2008년 5월 24일)종주산행/낙동정맥(1·2) 2008. 6. 4. 16:49
- 글쓴이: 뜬구름 (단막) 조회수 : 78
- 08.05.29 15:38
이화고개-땅고개(2008년 5월 24일)
(글 내용중 강산에란 인물이 바로 나 강산이다. 너무 재밌는 후기라 훔쳐왔다.)
가사령에서 아화 고개까지를 사연으로 홀로 종주하게 되고 아화 고개와 땅 고개는
울산 원조 산악회와 함께 종주한다.
3번을 뛰어넘고 4번째 만나니 설레임과 반가움이 앞선다.
집에서 선행 종주자들의 산행기를 읽으며 일종의 in door climbing 을 해보니
마루금이 여러 곳에서 알바의 덫을 깔아 놓은 것 같다.
네임 펜으로 밑줄을 쳐가며 단단히 준비를 한다.
5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한다.
새로 구입한 1,000cc 물통에 방울 토마토를 넣고 도시락을 준비한다.
여름이 녀석이 나의 동태를 살핀다.
참외 한 조각을 준다. 혀로 자기의 코를 핥으며 맛있게 먹는다.
이화고개-땅고개(2008년 5월 24일)
(글 내용중 강산에란 인물이
‘비가 온다는데..’
우중산행 준비를 마치고 출발한다.
생각 같아서는 이동에 가서 24시간 국밥을 먹고 가고 싶지만...
오릉으로 가면서 차안에서 먹으려고 영양 떡을 챙긴다.
영양 떡은 먹기도 좋지만 끈기도 있어 한 끼 식사는 충분하다.
어제 밤에 내리던 비는 모두 그쳤다.
풀에 빗물이 달렸을 텐데...
“스패츠” 생각이 났지만 그냥 가기로 한다.
오릉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언제나 한가하다.
아침 6시경이니 당연하지.
스트레칭을 하며 주위 경관을 구경한다.
“톨게이트 통과 합니다”
가이드님의 전화가 설레임을 더 설레게 한다.
팔도강산님과 태백산님 두 분과 반갑게 악수를 한다.
얼마만인가?
경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서 일행과 합류한다.
우리의 차량은 버스터미널 앞 대교를 지나 서라벌 대학 앞을 지난다.
눈을 들어 보니 대학교 정문이 보인다.
어쩌면 내 삶 속에서 가장 가슴 아픈 기억 중의 하나가 저기에 있지 않은가?
녀석은 지금도 자기 곁으로 나를 오게 하지 않았던가?
녀석을 잠시 생각하며 건천으로 달린다.
봄이 안녕!
여정에 잠시 들러 다시 북극성님. 산사나이님. 엔젤님과 합류하고 아침을 먹고 차를
한 잔 마신다.
가까이에 오룡산이 있다.
여근곡도 있다.
이상하다 선덕여왕의 ‘지기삼사’에 나오는 여근 곡이 여긴가?
인터넷 검색을 하니 거기가 거기다.
검색한 블러그의 여근곡 사진을 다운 받아 올리려다 본 산행기와 무관 (?)하여...
아무튼 산행시에도 목단 꽃 (작약) 과 비슷한 즉 조화와 비슷한 꽃을 보면서도
선덕여왕의 지기삼사를 거론 했으니...
아화고개로 향하는 도로는 처음 지나는 길이다.
아화고개 들머리에 도착한다.
선행 종주자들의 산행기에는 들머리로 진입하여 잠시 후 철로를 지난다고 한다.
어디를 살펴보아도 철길은 보이지 않았다.
철로는 도로 아래로 지나가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다.
내 후 답자를 위하여다.
철로를 보니 불현듯 “박하사탕” 이 생각났다.
스틱을 들어 김영호 (설경구역)의 모습을 재현해 본다.
“설경구 보다 훨씬 연기가 좋네요”
누군가 그런다. (나중에 닉을 알게 되지만 ‘천사’님이다).
오늘의 산행대장 ‘산사나이’님이 그녀의 남편이다.
난
“아마도 연기 경력은 내가 더 많을 겁니다”
이런 썰렁한 답변을 하면서 진행한다.
다행히 비는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우리나라 기상청 예보는 ...’
그러나 나의 이런 빈정거림은 나중에 단단히 복수를 당한다.
오늘의 산행 대장님께서 (산사나이님) 나 보다 훨씬 단단히 준비를 해오셨다.
이 번 산행의 특징은 철탑을 따라 진행하면 된다.
아무래도 마루금이니 주로 높은 곳만 지나니 그런가 보다.
과수원을 가로질러 진입하니 반가운 시그널이 살랑거린다.
마루금을 찾았군 하는 생각과 사룡산 까지는 주의할 곳이 많은데..
하는 생각이 교차한다.
키 작은 나무에는 빗방울이 많이 달렸다.
아니 달린게 아니라 간신히 매달려 있는 형상이다.
작은 바람에도 떨어질 빗방울이 거친 내 발이 스치니 후두둑이다.
그 어린 것들에게 미안하다.
누군가의 싯구절이 생각 난다.
“안개야! 넌 얼마나 오래 사니...”
잎 새에 달린 빗방울아 넌 얼마나 사니? 하고 되묻는다.
아서라 우리 인생사와 별 다른 게 없구만.
그냥 내 두 발로 걸으니 이만하면 족하노라.
바지 가랑이가 젖는다.
빗방울이 떼를 쓴다.
너 같으면 그러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 든다.
스패츠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도 신나게 걷는다.
지나치려니 후미에서 난리다.
인적이 끊어진 곳에 커다란 뽕 (오디) 나무를 발견한 것이다.
오디를 발견한 것이다.
모두 어린이가 되어 즐겁게 따먹는다.
누군가 오디 서너 알을 준다.
달다.
옛날 생각이 난다.
오디나무에 손을 대다가 주인 아저씨에게 걸렸다.
“너 왜 남의 오디 따먹어?‘
그러면
‘아니요“
라든지
”잘못했습니다“
하면 될 텐데
“입 벌려봐”
그렇게 말씀하신다.
혓바닥에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으니...
나도 합세 한다.
나쁜 일 (?)도 동무가 있으면 쉽게 한다.
이 놈 들도 익을 대로 익어 가지만 잡으니 떨어진다.
할 수 없어 하나 씩 따다보니
“게 먹다 허기진다.”
는 격이다.
게는 먹다 보면 힘이 들어 먹나 마나 한다는 듯이다.
그래서 게는 밥 먹고 먹는다, 우리 고향에서는..
순조로운 진행이었다.
산행 대장님께서 길 안내를 잘하신 덕이다.
그러나 방심을 금물.
모두 오디에 정신을 놓은 탓 일까?
이른바 알바를 한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마루금을 찾고 보니 확실한 원흉은 오디였다.
아니 그 전에 너무나 낭만적인 우리 탓이었다.
지역 주민의 강권으로 우리는 마루금을 찾아갔다.
설상 가상이라고 비가 내린다.
우비를 꺼네 입는 순간이 묘하다.
해지고 갈 곳 없는 그 모양이다.
펜스를 따라 가니 산행기에 기록된 지하 터널이 나온다.
고속도로 덕분(?)에 마루금이 상당히 돌아간다.
그래도 고속도로를 보무 당당하게 걷는 선답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마루금이 지나가는 부분만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선답자의 리본이 펄럭이는 길을 따르면 임도 삼거리가 나오고 멀리 사룡산이 보인다.
삼거리에서 좌우측 모든 길이 나중에 만나며 내 생각엔 왼쪽 길이 마루금 같다.
언제부턴가 일회용 우비를 걸치신 분과 동행한다.
“오늘은 라디오 안 가지고 오셨습니까?”
‘헉’
“혼자 다닐 때만 라디오 가지고 다닙니다”
그러면서
“만 원짜리라니..”
“고속도로 휴게소라니..”
“혼자 가는 산길에 참 좋은 동무라는둥..”
이런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는 내 산행기를 즐겨 읽으신다고 하셨다.
내 블러그도 몇 번 방문하신 것 같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닉네임이 “한 걸음”이셨다.
산행을 마치고 후일 경주에서 술을 마시기로 하였다.
비가 그치자 나는 판쵸를 벗었다.
시원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이미 나의 속옷은 모두 졌었다.
“옷을 벗으니 더운 공기가 팍 나오네요”
마침 내 곁을 지나치던 설 여사님의 말씀이다.
비가 그치니 한결 좋다.
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 왔다.
사룡산이 가깝게 보인다.
‘사룡산 까지만 가면 마루금이 요동치지 않는다는데..’
사룡산으로 오르면서 전망바위를 찾는다.
전망 좋은 곳에 오른다.
모두들 한결같이 전망바위라고 하며 사진 찍기를 즐겨한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또 오르면 전망 좋은 바위다.
“에이 여기가 진짜 전망바위네..”
하면 웃는다.
사실 운무로 전망은 없다.
그러나 바위의 위치가 그러하다.
운무만 없다면 정말 전망이 좋을 것 같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보면 사룡산은 제 1봉, 2봉 이렇게 구분이 되는 모양이다.
사룡산은 마루금을 약간 빗나가서 있다.
배낭을 벗어놓고 사룡산으로 향한다.
한걸음 님은 배낭을 매고 간다.
사룡산에 오르니 정상석이 3개 있다.
7
시티재부터 제대로 된 정산석을 처음본다.
‘복도 많군’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이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 모양이다.
“난 배낭을 삼거리에 두고 왔는데..”
그러자 남산님께서
“조금 더 가면 비를 피하고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고 하신다.
모두 흔쾌히 남산님의 말씀을 따른다.
단체 사진과 나름대로의 사진을 찍고 다시 삼거리로 나오니 한송이 님이
난민(?) 수준의 몰골(?)로 앉아 있다.
오늘 처음 오셨는데 힘이 부치는가?
(그러나 그 것은 기우였다.
모자를 삐뚜르 쓰시고 기장 기억에 남는 산행을 하신 것 같았다)
나의 배낭도 몰골이 앙상했다.
생식 마을로 내려 가는 길은 편안했다.
잠시 진행하니 운무에 유령 (?)의 집처럼 건물들이 산재해서 나타났다.
사진을 한 장 찍는다.
돌에 새겨진 글자들은 대부분 성경의 구절이었다.
아마도 기독교와 관계가 있는 듯하다.
차고에서 밥을 먹는다.
인적은 보이지 않고 차고는 특별히 마련된 우리의 점심 자리였다.
누추한 곳이지만 비를 피하니 대궐이 이만할까?
또한 음식이며 그 파안대소는 어디에다 견줄껀가?
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빨리 가지 말고 함께 점심 먹어요”
라고 찬사님이 애원 (?)하시는 걸 들었다.
하나님은 천사의 사랑하심이 증명되었다.
남편으로 하여금 우비를 입고 벗게 하였다.
“난 니가 우비 벗는 걸 보니 비오는 줄 알았다.”
북극성 형님의 말씀이다.
위에서 “니”란 천사님의 남편이다.
오늘의 가이드 산사나이님이다.
하나님께서는 남편을 움직여 비를 오게 하고 우리는 함께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사설이 길어지지만 식사 시간은 빼 놓을 수가 없다.
여기서도 단연 압권은 먹을 거리다.
오늘 첫 종주네 나선
한 송이님은 보기와는 달리 산중에서 비박을 하게 되면 분명히 산신령의 노여움을
받을 것이다.
다시는 회고 하고 십지 않지만 이제는 우리 산악회의 전설이 되어버린 제트기님의 한 말씀을 인용하여 보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난 산에서 나무하나 풀 한 포기 건드린 적이 없다.
그런 나를 산신령님이 왜 해코지를 하겠는가?“
각설하고 푸짐한 반찬으로 우리는 행복했다.
산더덕 처음 먹어 보았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풀 종류를 즐겼다.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그냥 오늘은 여기서 종치고 싶었다.
한 송이님도 내 옆에 있으니...
이제 숲재로 내려선다.
시멘트 길이다.
마루금과 시멘트 길은 서로 S자로 걸치며 내려 간다.
포만감에 그냥 시멘트 길로 간다.
숲재에 내려서서 마주 보는 임도를 타고 오른다.
임도 역시 마루금과 S자룰 이룬다.
비 때문에 정확이 얘기해서는 빗물 질퍽한 마루금으로 들어가기 싫어서다.
“강산에” 님의 비극 (?)은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될 일을..
언제 부턴가 판쵸도 걸치지 않고 그냥 비를 맞으면 걷는다.
이 무슨 청승인가?
그러나 사정이 그런 걸...
판쵸를 입으니 무덥고 땀나고, 벗으니 시원하다.
“3 번째따라나섭니다.1”
“예?”
사실 강산에 님은 슬림한 몸매에 배낭 카바도 세련되어..고수로 생각되었다.
그의 위의 말은 약간 의아했다.
“폼이 아닌데요?”
“아닙니다”
그리곤 산에 대하여 주저리 주저리 얘기하였다.
주로 마루금과 임도의 S자에 대하여 얘기 하였다.
운문령,가지산 이런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 단 둘이 걷기 시작했다.
비는 계속내리고 임도로 계속 올라갔다.
내 머리 속엔 서문과 임도의 만나는 지점 뿐이었다.
등산학교 교육을 잘 받은 탓이리라.
그런 순간 도솔암을 가리키는 표시와 임도를 철문으로 막아 놓은 지점이 나왔다.
왼편으로 시그널이 바람이 힘든 몸짓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임도를 막아 놓은 것이다.
‘임도를 계속가면 서문과 만나는 모양이군’
그런 생각을 하는데..
아! 운명의 시간이다.
강산에님이 세차게 숲길로 들어 간다.
비에 젖은 숲길을 보고 망설이는 나를 임도에 남겨두고..
달리 숲길 밖에 없는 것 같아 나도 들어 간다.
운무속이라 강산에 님은 보이지 않는다.
바쁘게 걸으니 운무 속에 산허리를 돌아치는 뒷모습만 희미하게 보인다.
그런 굽이를 여러 번 돌았다.
나도 이젠 치고 나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잡목과 낮은 풀밭 길은 미끄러웠다.
홀라당 미끄러 진다.
왼쪽 장갑으로 땅을 집었다.
장갑이 흙으로 엉망이다.
엉덩이는 배낭 덕분에 미끄러진 티가 나지 않았다.
‘주여! 감사합니다!’
하니 실소가 푹 나온다.
갑자기 앞이 훤해진다.
산사나이 님이다.
북극성님과 천사님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 앞에 누구 갔지요?”
하니
“방금 지나쳤습니다.”
하신다.
이게 강산에님의 마지막 흔적이다.
산불초소를 지나치니 경가가 급하고 온통 검은 흙투성이다.
우크라이나 지대의 흙 같다.
미끄럽다.
‘여기서 넘어지면 엉덩이에 표시가 확실하겠군’
하는 생각에 미끄럼을 탄다.
10여분 내려가니 흙색깔이 미끄럽지 않게 생겼다
안도의 숨을 쉬면서 일어서려는데..
“꽈당”
기어이 엉덩이에 흙 범벅을 했다.
꽃 팔리는 순간이다.
다행히 계속되는 비는 나의 엉덩이의 검은 흙을 희석시켜 주었다.
고랭지 채소밭은 넓었다.
고원 같았다.
운무에 가시거리가 짧았다.
가늘고 좁은 길이 미로 처럼 엉켜 있었다.
시그널을 찾으려 눈을 크게 뜬다.
왼편으로 허수아비가 가엾다.
검은 사나이는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있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니 발밑에 작은 꽃 대궁에 붙은 시그널을 발견하다.
그 손길이 고맙다.
시그널은 비의 무게에 고개를 숙였다.
느낌에 오른쪽은 길이 아닌 것 같다.
왼쪽 길은 멀리 돌아가는 형상이다.
직진한다.
전방을 살려보니 숲의 모양새가 그 숲 정면이 길이 있을 것 같다.,
안경을 다시 쓰고 보니 희미하게 시그널이 보인다.
시그널을 지나치니 온통 키 작은 잡목이다.
키 작은 잡목을 사이를 얼마나 비집고 걸었을까?
멀리서 기계음이 들린다.
채석장 돌 깨는 소리 같다.
그러나 확인 할 수는 없다.
잠시 후 천둥소리가 들린다.
‘천둥이 오면 번개도 오는데..번개가 오면 벼락도..’
하며 내 손엔 보니 스틱이 잡혀 있지 않은가?
벼락이 치면 스틱을 버려야 하는데..
채석장이 가까우니 다이너 마이트 소리같기도 했다.
지나치니 소리도 빗소리에 묻혔다.
전방에서
“아으---”
늑대 울음이 들린다.
남산님의 신호 (?)다.
내 유년의 고향에서 바다 안개가 짖게 드리우면 등대는 하루 종일 저렇게 울었었다.
“뚜우---”
그 소리가 얼마나 처량하게 들리던지..
‘바로 앞에 선두가 있군’
내 마음엔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날머리에 도착하여 행장을 정리하고 픈 생각만 있었다.
전방이 열리며 멀리 아래쪽에 건물이 보인다.
“아으---”
소리는 끊어질듯 끊어 지지 않았다.
가파른 둔덕을 내려서니
“아으---”
소리와 함께 제트기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두목장이었다.
남산님. 팔도강산님, 제트기님이 계신다.
강산에 님이 보이지 않는다.
“내 앞에 한사람 갔는데..”
“못 봤는데..”
강산에님의 알바다.
나와 한참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걷다 사라진 제트기 님이 생각났다.
제트기 님이야 백전노장이지만 강산에 님은 이제 겨우 3 번째 출전인데..
이거 나의 징크스가 되는 거 아니야..
‘나와 함께 걷다가 혼자서 치고 나가면 알바를 한다’
순간 그런 좋지 못한 생각이 들었다.
이 곳 지리에 훤하신 남산님께서
“아무 길이나 내려가면 마을이니 별 일이 없을 것이다.”
라는 말씀에 마음이 노이기는 했다.
동행들이 하나,둘 어두목장 작업장에 모였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비는 거세게 퍼부었다.
이럴 때는 비가 더 세고 춥게 느껴지는 것이다.
전화가 방방 날린다.
강산에 님이 알바임을 느끼고 전화를 거는 모양이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거창하다.
히말라야 16좌의 정상에 오를 때마다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 있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오바!”
“내 위에 아무 것도 없다. 오바!”
이런 환희의 절규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전화로 어디로 가고 어디로 가고 그래 봐야 소용없어”
제트기님의 경험에 찬 말씀이다.
으슬으슬 추워 온다.
몇 사람이 남고 몇 사람은 출발한다.
그저 별일 없기를 바랄뿐이다.
남산님의 말씀에 의하면 어느 길로 가더라도 탈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큰 위로가 된다.
비에 젖은 651,2봉을 오른다.
왼편으로 길게 철조망이 늘어섰다.
된비얄에 미끄럼도 심하다.
인계 철선 같은 철선도 있다.
철조망은 마루금을 S자로 지나간다.
가볍게 넘는다.
“아이쿠”
선두의 제트기님이 넘어 진다.
길을 가로질러 얕게 철조망이 건너 간다.
누군가 그 철사 줄에 시그널을 달아 두었다.
시그널이 보일 리가 없다.
웃음이 나온다.(죄송)
“양주 한 병 벌었네”
팔도 강산님이 제트기남과 내기를 건 모양이다.
“어이쿠”
비명 소리가 제대로 넘어지는 모양이다.
제트기님의 손가락에서 피가 흐른다.
후시딘을 바르고 벤드를 붙이지만 물인지 땀인지 붙지 않는다.
웃음이 싹 사라졌다.
“양주 두 병 벌었네”
팔도 강산님의 말씀이다.
이제 조심조심 걷는다, 나만
오리재를 지난다.
오리재에서 사진을 한 장 찍는다.
남산님의
“아으으으으으”
소리가 멀리 퍼진다.
땅고개에 다왔다는 전령처럼 들린다.
“아으으으으으..”
나도 답을 한다.
“아으으으으으..”
“아으으으으...”
소리가 멀리멀리 퍼진다.
비가 오니 그 소리는 아주 멀리멀리 퍼진다.
땅고개 휴게소 앞 편 절개지에 오르니 아래편에 땅고개 휴게소가 보인다.
포도는 비에 젖었고 휴게소는 평화롭게 서있다.
사진을 몇장 찍는다.
배낭을 정리하고 윗옷을 갈아 입는다.
강산에님이 알바를 끝냈다는 소식이 전해 진다.
일행들이 도착한다.
역전의 용사다.
한송이님은 박수 속에 도착한다.
반갑다.
라면과 파전과 막걸리를 마신다.
강산에님이 고맙다.
왜냐면 다음 구간에 술 취 할 뻔 했잖아.
막걸리를 한 잔 달게 마신다.
비는 그치치 않는다.
사족:인용된 사진은 울산 원조산우회 카페에서 퍼온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산행기를 쓰게 격려해준 한걸음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이글 읽으시고 죽을 뻔 한 님들은 한걸음 님에게 항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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