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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적한 운곡서원의 소소한 풍경국내여행/경주시 산책길 2012. 9. 22. 13:24
◎ 2012년 9월 22일 오전
포항에 갈 일이 생겼다.
오전 일찍 혼자서 단 몇 분간의 일을 보기 위해
포항까지 가야한다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해서 주변의 볼거리를 찾아 본다.
언젠가 온라인으로 접한 운곡서원이 생각나
돌아오는 길에 그 곳을 찾아 보기로 한다.
운곡서원은 포항과 경주의 경계지역에 가까운
경주시 강동면 왕신리에 자리하고 있기에
포항 건천간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르다 좁은 지방도로로 내려서야 한다.
그렇게 운곡서원 입구의 주차장에 들어서니
주차장에서 승용차 두대가 주차되어 있고 인적이 드물다.
안쪽으로 원두막이란 약간은 멋스런 건물이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데
백숙과 칼국수 등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겸 찻집인 듯 하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해물파전에 막걸리나 차라도 한잔 나누련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향정원이란 안내판이 있는 돌계단을 따른다.
정면으로 돌담으로 울타리를 친 운곡서원이 자리하고 있고
민가인 듯한 오랜 한옥이 마주하고 있다.
장작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
굴뚝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시골집 겨울을 연상케 한다.
대단한 규모의 비석...
옛 안동권씨의 권세와 권력이 짐작 된다.
울타리 너머로 경덕사란 현판도 어렴풋이 보이고
뒷 마당 배롱나무의 백일홍은
햇살을 받아 아름다운 빛을 발산 하지만
울타리 너머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담장 너머로 들여다 보기가 아쉬워
혹시나 하고 정문이 있는 곳으로 돌아 가보는데...
견심문이란 현판 아래로 대문은 단단히 걸어 잠겼다.
마음을 보는 문...
그렇다면 문을 마음으로 열어야 할까 ㅎㅎ
대부분의 서원들을 문중에서 관리하기에 그렇게 관리가 되는 듯 하지만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고
개방을 함이 어떨런지 묻고 싶은 생각이다.
걸어 잠궈 논 대문을 앞에 두고 먼저 안내문을 들여다 보기로 한다.
운곡서원(雲谷書院)은
조선 정조 8년(1784년) 역내(域內)의 후손들이 이곳에 추원사(追遠祠)를 세우고
안동권씨 시조 고려태사 권행(權幸)선생을 봉향하고 죽림 권산해, 귀봉 권덕린 공을 배향하는 곳으로
고종 5년(1868년) 대원군 금령에 의하여 훼철(毁撤) 되었다.
광무 7년(1903년) 다시 설단(設壇)하여 제향(祭享)을 해오다
1976년에 중건하여 향의(鄕議)에 의하여 개액(改額)했다.
경내에는 경덕사를 비롯, 정의당 돈교재 잠심재 견심문 유연정 등이 있다.
안내문으로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을 대신하고
그 곳을 돌아 보며 유연정을 향한다.
고적한 넓은 마당을 가로 질러...
편안한 걸음으로 사색도 즐겨보고...
유연정 앞의 은행나무
수령 360년의 보호수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유연정을 마주하는 아담한 고건물
향정원이란 카페인데
인기척이 없고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는 듯 하다.
장독대를 보아선
멀쩡히 사람이 사는 곳인데...
자작시도 몇편이 펼쳐져 있다.
'아내'란 시가 인상적이다.
현실을 단순하게 표현한 듯 하면서도
가슴의 한켠이 공허한 느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처마밑에 메달아 논 이것은 또 무엇일까?
풍경도 아닌 것이...
오래전 만들어 논 솟대인 듯 하다.
누구를 맞이하기 위한...
누구를 기다리는...
그렇게 주변의 풍경을 먼저 즐기고 주인공인 유연정을 만나기로 한다.
건너편으로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가 제법 요란한데
이 또한 대문이 잠겨 있어 먼저 안내문부터 들여다 본다.
경주 유연정(悠然亭) 은
운곡서원에 딸린 정자로 경상북도문화재자료 345호로 지정되었다.
이 정자는 순조 1년(1811년) 도연명의 자연사상을 본받기 위해 자연경관이 빼어난 계곡 위에 세웠다고 한다.
건물은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로, 지붕은 옆에서 보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으로 꾸몄다.
왼쪽 칸은 마루로 하였고 가운데 칸은 온돌방이며 오른쪽 칸도 온돌방으로 하였다.
가운데와 오른쪽 칸 앞에는 반칸 크기로 마루를 깔았다.
외부의 기둥은 둥근 기둥을 사용하였고 기둥 위에는 초익공(初翼工)을 장식하였다.
가운데 칸 대청의 천장은 서까래가 보이지 않게 우물천장으로 하였는데,
그 양쪽에는 반원형의 판재를 45도로 끼워 매우 특이한 모습으로 되어 있다.
운곡서원이 세워진 이 곳은 원래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던 밀곡사(密谷寺)터이다.
유연정 앞의 이쁜 쉼터
왜 쉼터만 보면 산행시의 정상주가 생각날까? ㅋㅋ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담장 아래 깨진 항아리에 적힌 글귀다.
누군가와의 만남과 헤어짐...
그렇게 유연정도 둘러보고 운곡서원으로 돌아 나오는데
좌측위로 언덕으로 이어지는 길이 열려 있어 그 곳으로 올라 본다.
특이한 그리고 불교내음이 살짝 풍기는 탁자와 의자들이
언덕 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아래도 운곡서원이 내려다 보인다.
아마도 이 모습을 즐기기 위한 쉼터인 듯 하다.
그렇게 운곡서원과 유연정을 둘러보고
올랐던 돌계단 길을 다시 내려 선다.
주차장 앞의 계곡이다.
여름철에는 운곡서원을 둘러보고
족욕이라도 즐기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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