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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지탑과 선덕여왕릉이 모셔진 낭산으로국내여행/경주시 산책길 2012. 10. 15. 20:17
◎ 2012년 10월 13일 토요일 오전
조금씩 아침햇살이 늦게 드리우니
아침 산책길도 조금씩 게으름이 피어난다.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변함이 없는데
왠지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여느 때와 다르다.
선선한 날씨 탓일까...
다소 늦은 시간이지만 그렇게 집을 나서긴 한다.
산책길은 지난주말 진평왕릉 산책길에서 바라보았던 낭산이다.
(지난주 산책길에 진평왕릉에서 바라본 낭산의 모습)
경주 낭산(慶州 狼山)은
경북 경주시 구황동과 배반동 그리고 보문동에 걸친 산으로
남북으로 길게 누에고치처럼 누워 양쪽에 각각 봉우리를 이루었다.
산의 높이는 불과 108m로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이라 생각게 할 정도지만
예부터 서라벌의 진산으로 불려 온 신성스러운 산으로 여겼다 한다.
신라 실성왕 12년(413년)에는 구름이 일어 누각 같이 보이면서 오랫동안 향기가 피어올랐다.
나라에서는 이를 하늘에서 신령이 내려와 노니는 것으로 여겨 그 후로는 나무도 베지 못하게 했다 한다.
산자락에는 거문고의 명인 백결 선생이 살았으며, 문창후 최치원이 공부하던 독서당(讀書堂)도 있으며
남쪽 능선에는 선덕여왕의 능이 있고,
그 아래쪽에는 호국사찰로 알려진 신라 향가의 현장 사천왕사터(四天王寺址)가 있다.
동북쪽에는 황복사지와 삼층석탑이 있으며, 서쪽 중턱에는 낭산 마애삼존불이 있고,
그 주변에 문무왕의 화장터로 여겨지는 능지탑 등이 남아 있다.
주차장소가 마땅치 않아
우선 철길을 건너 몇 가옥이 있는 작은 마을 입구에다 주차를 하고
길을 이어 가려는데
건너편으로 아주 오래된 사찰인듯한 건물이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진입로를 막아 놓았기에 그냥 지나치고 마을 안 길을 따른다.
그렇게 선덕여왕릉을 앞서 능지탑지에 먼저 오르게 된다.
그곳으로 들어서니 단체로 온 학생들이 문화해설사로부터 능지탑지에 대한
내용들을 열심히 경청 중인 듯 한곳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주 능지탑지(慶州 陵只塔址)는
경북도 천년기념물 제34호로 지정되었으며 경주시 배반도 621-1에 위치해 있다.
이 탑지는 낭산(狼山) 서쪽 기슭에 있으며,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건조물로 높이 4.49m이다.
능지탑 능사탑 또는 연화탑이라고도 부르는데
무너진 것을 다시 쌓을 때 원형을 알 수 없어 2단만 쌓고
나머지 돌은 옆에 모아두었다 한다.
이 탑지는 문무대왕의 시신 화장터로 추정되며
발굴할 때 굴 방에서 큼직한 소조불상 파편이 나왔으므로
탑묘였을 것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1979년 기단부를 복원하고 상부를 추정하여 정리하였는데
원래는 기단 사방에 십이지신상을 세우고 연화문 석재로 쌓아 올렸던 5층 탑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들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능지탑 자체는 투박스러운 모습이지만
푸른 가을 하늘과 가장자리의 솔숲 그리고 주변의 너른 초지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2층까지만 복원을 하고 남은
돌들이 잘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다.
선덕여왕릉으로 가자면 우측으로 길을 이어야 하지만
대숲 터널로 이어진 좌측 안길 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그 길을 따른다.
중생사란 표지석을 따라 우측으로 오름길을 잠시만에 만나는 작은 우물...
내부를 보아하니 수량은 나름 풍부한 듯한데
사용은 하지 않는 듯 이끼와 잡풀이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길 끝으로 평안하게 너른 터가 펼쳐지고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중생사라고 입구에 표지석이 있지만
중생사에 대한 안내문 등은 찾아볼 수가 없다.
좌측 절집 툇마루에는 노승이 망중한을 즐기시는 듯한데
그 절집을 지키고 있는 두 마리의 강아지 중 한 마리가 길손을 거칠게 맞이한다.
시끄럽게 짖어대며 다가오는 그놈...
참 덩치에 걸맞지 않게 앙칼지다.
하지만 이내 사태 파악이 되었는지 조용히 입을 다문다.
마당 한가운데는 역시 아무런 안내가 없이
아담한 5층 석탑이 지키고 있고
좌측으로는 지장전이 자리하고 있는데
아마도 신도들이 기도를 많이 하는 곳인 듯 향대와 촛대가 비치되어 있다.
에공~ 자세히 살펴볼 것을...
뒤에 알게 된 일이지만 저 지장전은 보물 제665호인 낭산 마애삼존불의
마모를 우려해 이를 보호하기 위해 뒤에 지어진 것이며
재단 앞의 바위에 높이 88㎝의 그 불상이 조각된 것이다.
뒤늦게 사진을 확인하니 안내판도 그 안쪽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대웅전인 듯한 가장 크고 가운데에 있는 건물의 현판을 자세히 보질 못했다.
그 위치나 규모로 보아 대웅전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기와는 새로 바꾼 듯 하지만 빛이 발한 단청과 목재 기둥으로 보아
아주 오랜 사찰인 것 같은데 왜 안내문을 볼 수가 없는 것일까?
지장전 앞 숲 사이로 남산의 북쪽 끝자락과 그 아래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낮지만 조망이 잘 열린다.
마당 가장자리의 유물들 또한 이 사찰이 꽤 오랜 사찰임을 암시하고 있다.
중생사의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그 노승과 인사 정도의 대화도 나누고
그렇게 조용히 갔던 길을 돌아 나온다.
선덕여왕릉을 향하기 위해 돌아 나오는 길의 능지 사지는
그 많던 학생들을 다 돌려보내고 고적함만이 남았다.
능 지사 지를 지나 왼쪽으로 길을 잇고 다시 오른쪽 오름길을 따르는데
하늘이 유난히 높게 보인다.
잔잔한 구름들이 퍼진 전형적인 을 하늘의 모습이다.
좌측 언덕 너머로는 진평왕릉과 보문 마을이 평안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고
그 앞으로 황금빛으로 잘 익은 곡식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이내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길이 이어지고
그 고개를 잠시만에 큰 묘 한기가 시야를 꽉 채운다.
그 봉분이 선덕여왕릉이다.
신라 선덕여왕릉(新羅 善德女王陵)은
경북 경주시 보문동 산 79-2에 소재하며 사적 18호로 등재되었다.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9632~647년. 김덕만)이 모셔진 이 능은 이 낭산의 남쪽 능선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밑둘레 74m 높이 6.8m에 지름이 24m가 되는 이 능의 겉모양은 둥글게 흙을 쌓아 올린 형태이며,
아랫부분에는 능을 보호하기 위한 2~3단의 자연석 석축으로 되어 있다.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은 첨성대를 만들고, 분황사를 창건하였으며,
황룡사 9층 목탑을 건립하는 등 신라건축의 금자탑을 이룩하였다.
또 김춘추, 김유신과 같은 인물들을 거느리고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았다.
삼국유사에는
"내가 아무 날에 죽을 거이니 나를 도리천(忉利天)에 장사 지내도록 하라고 하였는데,
여러 신하들이 어는 고였는지 알지 못해서 물으니 왕이 낭산 남쪽이라고 말하였다.
그날에 이르니 왕이 과연 세상을 떠났는데, 여러 신하들이 낭산 양지에 장사 지냈다.
30여 년이 지난 문무대왕 19년(679년)에 왕의 무덤 아래에 사천왕사(四天王寺)를 처음 건립하였다.
불경에 말하기를 사천왕천(四天王天) 위에 도리천이 있다고 하므로,
그제야 선덕여왕의 신령하고 성스러움을 알 수 있었다."라고 한다.
이상은 선덕여왕릉의 안내문에 있는 내용이다.
선덕여왕릉의 안내문과 함께 능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고
그 길 아래로 길을 따른다.
원래는 나무데크로 이어진 이곳으로 오를 계획이었지만
주차관계로 거꾸로 오른 것이다.
내리막길에 좌측으로 길이 나 있기에 잠시 좌측으로 돌아서 보니
그 아래로 토봉사란 자그마한 사찰 하나가 자리하고 있고
앞으로는 보문 마을의 작은 평야가 펼쳐진다.
아니 이런 곳에도 마을이 있었던가...
참 조용하고 평안한 곳에 자리한 마을이다.
근간에 문화유적지를 찾다 보니 이런 마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다시 돌아 나와 이젠 남산 방면의 7번 국도를 향한다.
어느덧 수확기가 되었나 보다.
이미 추수가 끝이 난 논들이 간간이 보인다.
가을이 오지 않을 듯 더위가 그렇게 기승을 부리더니
자연의 섭리는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도로로 내려서기 위해서는 철길을 건너야 한다.
간이 건널목 조차 없는 그 철길을...
한동안 이쪽저쪽으로 철길의 끝을 쳐다본다.
끝이 있는 듯 없는 듯한 그 철길을...
철길에서 짧은 시간의 사색...
이곳 또한 발굴작업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렇게 7번 국도로 내려서 차량 회수를 위해 경주 시가지 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또다시 철길을 건너 차에 올라타고
간단히 한 아침으로 허전한 배를 달래기 위해 집을 향한다.
밥 도~ 배고푸~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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